소소한 이야기들

하루, 이 녀석은 남자 아히루다! - 안녕하세요 하느님

헤니히 2006. 2. 24. 22:08

드라마 [부활] 이후 제대로 맘을 못잡다가 보게 된 것이 KBS 월화 드라마인 '안녕하세요 하느님'입니다. '오필승 봉순영'의 강은경 작가와 지영수 PD가 만든 드라마에요. 처음엔 MBC의 월화 드라마 '늑대'와 맞붙는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더랍니다. 늑대에는 [부활]의 엄포스가 출연을 하니까요. 딱 보기에도 늑대는 소재 자체도 너무 진부하고 인물관계 또한 진부하기 짝이 없었는데, '안녕하세요 하느님'은 소재도 특이했고 느낌도 너무 좋았으니까요. 게다가 그쪽에는 부활 연기자들과 스텝진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부활팬들 사이에서도 늑대를 볼 것인지 안녕하세요 하느님 (이하 '안하')을 볼 것인지로 의견이 엇갈렸었지요. 대부분의 부활팬들은 엄포스에 대한 의리로 늑대를 보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저는 늑대는 도저히 못 보겠더라구요.

낚인것은 1,2 회를 주말에 재방송으로 우연히 접하고 나서인데, 아니 이거 참 속도도 빠르고 재미있더랍니다. 게다가 하루의 해맑은 미소가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하루야앙~~~아아~~~" 모드로 돌아가게 만들더라구요. '오필승 봉순영'은 어머니께서도 참 재미있게 보시던 드라마라 저도 꽤 봤는데, 그 드라마와는 느낌이 현저하게 다르더라구요. 이 작가가 이런 재주도 있었구나 하는 기분이었달까요. 지우신공도 그렇고 작가라는 분들은 대체 속이 어떻게 생긴 생물인지 진심으로 해부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대체 그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하는건지. 혹시 강은경작가는 정말로 쓰고 싶은 드라마를 지금에서야 터뜨린 것은 아닌지 하는 기분이죠.

본의 아니게 최근에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드라마 [부활]과 비교해 보게 하는데, 비록 지우신공과 욕사마의 드라마는 아니지만 '[부활]의 적자' 라는 타이틀이 왜 생긴 것인지 알 듯 합니다. 여기저기 느껴지는 [부활]의 향기... 하지만 부활과 같았다면 그렇게 눈여겨 볼 필요는 없었겠지요. 부활과는 굉장히 다른 방향으로 꽤 괜찮은 드라마 였습니다. 인간에 대한 접근은 좀더 따뜻하게...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화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비교하자면 부활보다는 <프린세스 츄츄>쪽이 더 가깝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왜 <프린세스 츄츄>인가 하는건 다름 아니라 주인공 하루가 우리의 영원한 프린세스 아히루와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지금 보니 이름도 비슷하네요.-ㅂ-;)

하루는 정신지체 3급인 행복한 바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은혜를 만나고 그녀를 사랑하고 그래서 수술을 받아 똑똑해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천재 신경외과의인 박동재 선생에게 수술을 받아서 똑똑해진 하루. 그러나 과연 똑똑해 졌다고 해서 하루가 행복해 졌을까요?


뮤토 - 서은혜
두 히로인의 사랑을 받는 뮤토역에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은혜씨가 가장 잘 어울리겠지요. 처음에 은혜는 잘나고 멋지고 능력있는 박동재 선생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무조건적인 하루의 사랑에는 무관심한 채 동재선생만을 보며 자신을 바라보는 하루의 마음을 아프게 찌릅니다.


루우 - 박동재
잘나가는 신경외과의인 박동재 선생은 능력있고 잘생긴 그야말로 빚어 놓은듯한 프린세스왕자님 이지만 사랑을 해본적도, 받아본적도 없어서 딱딱하고 냉정한 사람입니다. 마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할줄도 모르는 얼음공주 루우와 많이 닮았지요. 하지만 서은혜에게 점점 자신의 얼음이 녹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인정하기 힘들었습니다. 또 사랑 할줄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도 몰라서 매우 서툴지요. 그저 떼를 쓰듯이 은혜를 그저 잡아두려고만 합니다.


오리 - 정신지체 3급 하루


프린세스 츄츄 - 천재 하루
이녀석이 제일 문제에요. 정말.. 보면 볼수록 아히루가 생각나서 미치겠다니까요! 처음 정신지체3급(오리)신세 였던 하루가 은혜(왕자-뮤토)를 만나서 똑똑해지고 싶다는 생각을(왕자의 미소를 보고싶다는 생각) 합니다. 그래서 박동재선생(여기에서는 드롯셀마이어)에게 자신을 똑똑하게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술 후 IQ 170의 천재가 된 하루(즉 프린세스 츄츄가 된 하루)는 전혀 대가를 바라지도 내색하지도 않고 은혜(왕자)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을 바칩니다. 하지만 하루의 수술은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었습니다.(즉 츄츄를 변신시켜주던 펜던트는 원래 왕자의 심장이었습니다) 하루는 천재가 되었지만 그가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마음은 다른 곳으로 가 있고, 순수한 마음으로 알려고 하면 그것이 다른 인간을 괴롭히는 결과를 낳고, 시기 질투를 낳게 된다는 것을 압니다. 그저 은혜를 위해 똑똑해졌을 뿐인데...
...
...그리고 그마저도 많은 시간을 주지는 못합니다. 하루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징조가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은혜는 이제서야 그의 사랑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고백하는 순간 하루는 그만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아직 15,16회가 남았습니다만 만약 프린세스 츄츄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애니에서는 보지 못한 현실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참으로 만감이 교차합니다. 게다가 박동재 선생도 굉장히 마음이 쓰이고요. 또 마지막엔 하루가 떠나며 동재선생(루우)와 은혜(뮤토)를 이어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안구에 쓰나미가 올라오네요.

아우... 저 불쌍한 우리 하루... 어쩐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