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다무스는 무거워 보이는 서류뭉치를 잔뜩들고는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목적지는 능천사장실. 라우다무스는 능천사장실을 가는 이길이 아무리해도 좋아지지 않았다. 능천사장 카마엘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붉은 눈에 붉은머리를 완전히 넘긴 강인한 인상은 마치 불과같았다.
라우다무스는 머리를 흔들며 그만 그 불같은 눈빛을 잊어보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무섭다지만 자신은 그 카마엘의 권속인 능천사 인 것이다. 한참 생각에 골몰하며 걷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짧은 흑발이 아무렇게나 뻗쳐있는 마치 사춘기의 제멋대로의 소년같은 외모였다. 그의 등 뒤에는 3단으로 펼쳐친 날개같은 모양의 기계가 약간의 공간을 두고 떠 있었다. 역쳔사 전용의 비행형 반(反)입자가속기 였다.
'라우디!'
'벤, 훈련이 지금 끝난거야?'
'응. 그런데 넌 아직 잔업이 남은 모양이네'
벤이라고 불리운 소년은 베네딕시무스 라는 이름의 역천사인데, 라우다무스와는 같은날, 같은시에 태어난 형제와도 같은 친구이다.
'이걸들고 능쳔사장실에 가봐야하는데 같이 좀 가줘, 무겁거든.'
'아항-. 그 무섭다는 능천사장 카마엘님 말이구나. 무거울만도 하겠어.'
베네디는 서류의 반을 나눠들었다. 서류를 흘긋보니 여러인물의 프로필같은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 벤. 그건 타천사들의 리스트야. 우리들이 하는일이 타천사들의 감시니까. 그래봐야 난 사무직이니까 직접 마주칠일도 없지만.'
'혹시 모르지, 갑자기 너한테도 조무래기 타천사의 감시역이 맡겨질지! 으하하하! 그것 참 재밌겠네. 전투력도 거의 없는 너한테 타천사 감시역이라니!'
라우디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자신이 들고있던 서류를 들어서 벤의 등을 살짝쳤다.
'어라, 중요한 서류로 그런짓하면 나중에 무서운 카마엘님에게 이를테다~'
'벤, 너야말로 자꾸 그러면 훈련중에 땡땡이쳤던거 이를테다!'
둘이 아웅다웅하는 사이에 복도 끝에서 두명의 천사가 걸어왔다. 베네딕시무스나 라우다무스와는 다르게 머리위의 링이 두개인 상급천사들이었다. 지천사이거나, 좌천사정도의 계급으로 보였다. 그들은 그들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서 라우다무스와 베네디시무스를 미쳐 보지 못한 듯 했다. 그리고 지나가며 라우다무스의 어께를 툭, 치고 지나갔다. 라우다무스가 들고있는 서류가 촤라락 하고 흩어졌지만 관심없다는 눈으로 흘긋 보고는 다시 대화에 열중하며 지나가버렸다.
'제길, 자기가 상급천사면 다야? 쳤으면 사과를 해야될거 아냐!'
'벤, 신경쓰지 마. 저들은 나중에 천사장 정도의 직위를 갖게될 상급천사들이라고. 그것보다 이 서류 줍는거나 도와줘.'
'으... 으응. '
서류를 끌어모아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먼곳에 떨어진 어떤 서류 한장이 라우다무스의 눈에 들어왔다. 사진에는 짙은 연둧빛의 머리칼을 가지런하게 단발로 자른 타천사의 사진이었다. 주홍빛의 눈이 인상깊었다. 그 서류는 다른서류와 다르게 붉은색 도장이 찍혀있었는데, '중요인물'이라는 뜻이다. 다른 프로필 사항은 암호로 이루어져서 볼 수가 없었다.
'라우디, 뭐해?'
'응, 아니.. 이사람, 어디선가 본 적 있는것 같은데...'
'타천사를 사무직인 네가 어디서 봤겠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얼른 능천사장실로 가자.'
라우다무스는 다시 서류를 끌어안고 긴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그 서류의 일은 금새 기억속에서 잊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