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음악은 바흐의 세속 칸타타중 하나인 칸타타 208번 중 아리아 "양들은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입니다.

알레드 존스는 영국 세인트 폴 대성당출신의 유명한 보이 소프라노 입니다. 얼마나 유명했는지 이후 안소니 웨이를 비롯한 영국출신 보이소프라노들의 고정된 레파토리가 알레드 존스에게서 나왔다고 보여질 정도입니다.

어떤때는 너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어린놈이 너무 건방져'란 생각도 해봤지만, 맑고 거침없는 가창력, 노래실력 어느하나 흠잡을데 없이 뛰어난 소년이지요. 과연 스타급일만 합니다.

제가 오늘 이 노래를 고른 이유는 날씨가 굉장히 좋기때문입니다. 나른한 오후에요. 어제는 찜통더위에 햇빛도 쨍쩅하고 죽을맛이었는데 오늘은 똑같이 더워도 바람이 불어주니 정말 견딜만합니다.

그날이랑 비슷해요.

때는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시간이었는데 나른한 늦봄이었습니다. 교실은 꽤나 한가했지요.남아서 공부하는 학생은 얼마 안남아있었습니다. 창가쪽에 앉아,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를 하는 중 라디오에서 이곡이 흘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햇빛은 뉘엇뉘엇 넘어가고 있는중이라 교실엔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기분좋은 바람이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있었지요.

적막중에 울려퍼지는 알레드의 목소리 --

너무 아름답고 청량했습니다. 그 순간의 한가하고 나른한 행복이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절대 모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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