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주제죠, 복수. 그만큼 익숙해져있기도 합니다. 타인에게 받은 피해를 그대로 갚아준다는 뜻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속담처럼 말이죠. 예를 들면 작게는 자기를 괴롭힌 클라스메이트에게 앙갚음 한다거나 크게는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테러를 할 수도 있겠지요.
'복수'라는 개념이 어렵고 쉽지 않은 내용일수도 있지만 의외로 우리 생활 가까이에도 많습니다. 심지어 동화책에서도 '복수'는 상당히 중요한 주제로 다루는 경우도 있죠. 예를 들면 백설공주를 괴롭히던 왕비에게 빨갛게 달군 철구두를 신겨서 복수하고, 할머니와 빨간모자를 잡아먹은 늑대에겐 배를 갈라서 돌덩이를 집어넣기도 합니다.
어쩌면 '복수'라는것은 타인이 자신에게 끼친 해악 에대한 형벌을 내리는것 같죠.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서 우리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며 통쾌해 합니다. 어린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복수를 가슴속에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의 '복수'는 그다지 달콤한 것만은 아닙니다. '똑같이 갚아준다'라는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기 때문입니다. 복수를 한다해서 자신이 잃어버린것을 돌이킬 수 있는것이 아니거든요. 복수를 해서 자신을 괴롭힌 타인을 괴롭혀봐야 자신이 잃어버린것에대한 상실감만 더 커진다는걸 알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조금도 폐끼칠일조차 하지 않는 밝고 따듯하고 착한 청년. 그런사람에게 가혹하게도 가족을 빼앗고, 과거를 빼앗아버린거죠. 부활의 타이틀 문구에 이렇게 씌어있습니다. <신이 있다면 나를 탓하지 않을것이다> 라고. 그렇습니다. 죄없는 사람이 괴롭힘을 당했는데 그 일을 행한 당사자들은 권력과 돈을 손에 쥐고 웃고있는겁니다. 그들이 행한일로 인해 남겨진자들은 20년씩이나 고통을 당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들을 벌 줄 이는 한명도 없습니다. 신은 침묵하고있고, 법조차 그들의 편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하은은 결심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그들에게 벌을 내리기로 말입니다.
'부활'이라는 작품의 매력은 여기에 있습니다. 아주 단순히 '복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가 아니고 '복수하는 사람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복수'를 하는 과정 자체는 아주 달콤하고 통쾌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로는 아무것도 잃은것이 없는 독자, 시청자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깁니다. 실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타인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는것이나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들을 괴롭히기위한 하나의 명분인거죠. '복수'라는것은 진짜로 잃은것이 있는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란겁니다. 제3자(시청자)들 즐거우라고 보여주는것이 아닙니다.
즉, '복수'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만큼 달콤한것이 아니라고 말하고있는겁니다. 이 작품은 말이죠. 그래서 통쾌한 복수의 내용보다 '선량한 사람인 복수자 서하은이 서서히 망가져가고있는'의 내면을 보여주고자 하는데에 중심이 맞춰진겁니다. 이것이 바로 '부활'이라는 작품의 매력포인트입니다. 사실 그다지 오락성이 있는 내용은 아니죠. 만약 오락성을 부과하고자 복수의 과정을 보여준다고 한다면 복수의 과정이 이렇게 순탄하게 진행될리 없습니다. 맞부딛치는 사건이 생기고 그걸 해결하는 내용이 주가 될겁니다. <서서히 파멸해가는 복수자 서하은>에 촛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라는 제 말이 꽤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습니까?
물론 아예 오락성을 배제시켜서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수가 없습니다. 천천히 차근차근 복수의 과정도 보여주고 있고, 극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알게된 사람들도 늘어나고. 또 사랑하고있으면서 전혀 내색할 수 없는 안타까운 로맨스도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볼거리는 '무겁디 무거운 복수를 등에지고 위태위태하게 서있는 서하은'이 괴로워하는 모습이죠.
일부 시청자분들께서 처음엔 스피디한 전개때문에 재밌었는데 지금은 지루한감이 있다고 하시는건 이 작품의 포커스를 잘못맞춘겁니다. 저는 아직까지 대만족이거든요. 서하은은 충분히 괴로워했고, 괴로워하고자신조차 복수를 멈출 수 없어, 파멸로 치닫는것이 미치도록 마음에 듭니다.
환장하도록 이작품이 사랑스럽습니다.
괴로워하고, 괴로워하는 서하은의 모습을 같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즐깁시다. 한발짝, 한발짝 파멸을 향해 치달아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잊지못할 커다란 가시를 턱, 하고 박아주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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