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야기는 100% 스포 포함입니다. 부활을 끝까지 다 보신분 이외에는 스크롤 바를 확~ 내려주실것을 당부드립니다!]




박희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희수는 이태준 의원의 사생아죠. 이태준 의원이 건설부에서 근무할 당시 민수연이라는 여비서와의 스캔들이 있었으나, 결국 그녀를 버리고 이태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여성과 결혼하는 바람에 사직하고 행방을 감춥니다. 그런데 그 당시 그녀는 이미 뱃속에 아이가 있었습니다만, 그 아이의 아버지인 이태준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낳아서 그녀의 어머니에게 맡기고서 행방불명이 되었지요. 그 아이 - 희수는 민수희, 수연자매의 어머니인 박여사의 호적에 들어갔습니다. 민수연의 언니인 민수희가 자신의 어머니인 줄 알고 자랐구요. 하지만 팔순노인인 박여사는 그 아이를 키울 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천사원'이라는 보육원에 희수를 맡깁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희수는 자랐습니다.

그는 여러모로 하은과 닮았습니다. 일단 자신의 과거를 모르고 있던 점. 하은은 사고로, 희수는 사실을 은폐당한채 성장했습니다. 또 하나는 착하고 순수한성품을 가졌다는건데요. 하은은 구김살없는 성품에 아저씨한테 구박을 받으면서도 아저씨가 노름빚을 지자 자신의 적금을 깨서 도와줄 만큼 대책없이 착한사람입니다. 또한 자신의 맡은 사건도 아닌데, 천사장의 구속에 안타까워하면서 노동부에 진정서도 내주고, 그가 돌보던 외국인 노동자 치페코에게 고향에 갈 비행기표도 사주지요. 아니, 말단 형사가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비행기 표 씩이나 사줍니까! (버럭!) 정말 바보같이 착한 사람입니다.

희수는 보육원에서 자라서 호스트바에도 다닐만큼 밑바닥에서 온갖고생을 해보며 생활해 왔지요. 지금은 사기꾼 행세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자란 천사원을 잊지 않고 도와주고 챙겨줍니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돈도 아닌데 거액의 기부금이 천사원으로 매달 보내진다는것에 뛸뜻이 기뻐하지요. 자신을 부정하고 배척하는 외할머니에게도 맨날 쫒겨나면서도 능청맞게 받아넘기며 찾아가고, 자기 꿈은 '착한아빠가 되는것'이라고 하는 천성은 참 소박하고 착한사람입니다.

그런 희수를 보면서 하은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희수의 사기경력만을 듣고 이태준에게 복수하기 위한 '제물'로 선택한 하은. 처음만났을때 분명 희수에게 경고를 했습니다. <아무하고나 손을 잡으면 안된다>고 말이죠. 희수를 끌어들인이상 하은은 더이상 돌이킬 수가 없었습니다. 희수가 그를 믿고 따를 수록, 착한모습을 보일수록 하은에게는 커다란 고통을 짐지우게 되는겁니다. ( 20화에서 희수의 '형'발언은 하마터면 하은의 복수를 멈출수도 있었으니 정말로 크리티컬이었죠!)

희수의 입장에서 보면 하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동업자일 뿐이지만 천성이 밝고 명랑한 그는 하은을 아무런 의심없이 믿고 따릅니다. 그런 그가 하은이 복수를 위해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복수자 서하은에게 드리웠던 파란색의 그림자가 또다른 복수지인 박희수에게 드리워진다.>

희수가 그 사실을 알게된것은 중국으로 떠나려던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그날자 신문을 본 것입니다. 희수는 놀라움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첫번째로 사실 확인을 위해 이태준의원을 찾아갑니다. 전의 꾸며진 스티븐 리로서가 아닌 박희수로서 찾아갑니다. 사실확인을 한 희수는 자신이 찾던 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렸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와 원망을 어디다 토할줄을 몰라 처음으로 찾아간 이태준에게 쏟아냅니다. 물론 자신의 존재를 몰랐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있었겠습니다만 자신을 부정하고 박대하던 외할머니에게조차 살갑게 굴었던 사람입니다. 아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했더라면 아마도 좋은 부자지간이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를 않았습니다. 사기사건이 밝혀져 기자들의 질문을 어지럽게 받던 와중에서도 의연했던 이태준이었지만 자식이 자신을 부정하는데에서는 허무를 느끼고 한강에 투신하는겁니다. 이제 희수는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무너뜨리고, 또 이번엔 죽음에까지 몰고가버렸습니다. 이런 비극이 있겠습니까!!

희수는 절망하는 대신 자신을 이렇게 만든 배후에 분노합니다. 아버지, 가족이 없던 그에게 아버지의 존재라는 커다란 가능성을 박탈한 하은에게 복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희수를 그렇게까지 몰고간 하은의 죄가 너무 큽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스포일러를 당해서 마지막회를 보기도 전에 희수가 무서운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걸 알고있었습니다. 지금생각하면 그 스포일러분 참 악랄한 분이었습니다. 본문이 아니고 많은분들이 아무생각없이 왔다가는 게시판의 제목에 스포를 해버리다니 말입니다. 화나고 속상하긴하지만 저는 그렇게 되는것이 당연하다고, 또 만족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희수의 분노와 복수는 하은이 당했던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었거든요.

하은을 해치게 되는것이 진우였다고 해도 이렇게 만족했을까요? 물론 본디 정해졌던 진우의 역할을 다하고 또 지우신공님이 진우를 복수자에 대한 복수자로 정했다고 한다면 시나리오가 많이 달랐겠지요. 분명 납득할만한 동기를 부여하셨겠지요. 지우신공이라면 능히 하셨을 겁니다.


<희수가 입고있는 상의는 참으로 상큼한 초록색~>

어쨌든 희수는 천성이 착한 사람이라 하은을 해치고 후회하며 공포에 떨지요. 마지막화에서 희수는 확실히 눈에 띄는 초록색 상의를 입고 있었습니다. 초록색이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노란색과 파란색을 섞은 합체의 색이자, 화해와 평화의 색 아닙니까!? 정말 미술팀 나이스입니다! 기가막혀요. 복수의 써클이 희수에 이르러 종식되리란것을, 이해와 화해로 막을 내리란것을 너무 멋지게 암시했습니다!!! 실제로 하은은 자신을 찌른 희수를 감싸며 칼에 묻은 지문을 닦고, 희수는 스스로 죄값을 치루며 하은의 이름을 절대 발설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멋진마무리가 또 있을 수 있겠습니까!!!




박희수역의 이동규님의 연기는 정말 마지막화의 백미입니다. 아버지에대한 연민과 자신에대한 분노와 원망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그렇게 멋지게 연기하시다니! 지금도 희수의 서러운 눈물과 오열이 보고 들리는 듯합니다. 올리는 음악에 섞인 희수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가슴을 저미게 하는군요!